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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신문 "애완동물 수호천사"

2013.09.09 14:44

vetopia 조회 수: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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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화제] 애완동물 '수호천사'

+2005.03.05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입니다. 못 생겨도, 난폭해도 주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죠."

▲ 특수애완동물 전문의 권태억 씨가 항암치
료를 받고 있는 페럿 '쿠리'를 살펴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 한성동물병원.특수애완동물 전문의인 권태억(44) 원장은 입원해 있는 족제비과의 암갈색 페럿 ‘쿠리’를 돌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네살짜리 쿠리는 왼쪽 가슴에 생긴 종양이 퍼지는 바람에 지난달 18일 입원했다.처음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먹이도 토해냈지만,꾸준한 항암치료로 지금은 우리탈출을 감행할 정도로 회복됐다.

토끼,햄스터,페럿,기니피그,프레리도그,슈거 글라이더,친칠라,아나콘다,장수풍뎅이,전갈….‘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세태 속에 ‘특수애완동물(exotic animal)’이 각광받고 있다.국내 애완동물의 1% 정도를 차지하는 특수애완동물은 양서류와 파충류,곤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진료법도 발전하고 있다.애완달팽이의 부러진 등껍질도 정형외과 수술로 붙인다.몸집이 작고 자기표현을 하지 못해 진단이 어려운 거미 등 곤충류는 혈액을 채취해 건강상태를 점검한다.거북이는 딱딱한 등껍질을 자르고 수술한 뒤 다시 접착해 놓고,피부병에 걸린 개구리는 약품을 탄 물에서 놀게 하는 ‘약욕’으로 치료한다.

양서류서 곤충류까지 다양

권 원장은 1992년 63빌딩 수족관의 촉탁 수의사가 되면서 별난 친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경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동물약품 연구를 담당하던 그에게 63빌딩측이 새로 들여온 파충류와 해상포유동물의 건강을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국내에 처음 들여왔던 해달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동물병원을 연 것은 1990년.특수동물 전문의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직업이었다.페럿의 항문선 제거 수술을 하다 특유의 지독한 노린내가 병원에 가득 차 며칠간 제대로 진료하지 못한 적도 있고,강한 힘으로 사람을 졸라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하는 아나콘다를 진료하다 손을 물리기도 했다.먹이를 먹지 못하는 악어를 치료하기 위해 꼬리를 잡으려다 갑자기 몸을 틀어 입을 쩍 벌리는 바람에 혼비백산 도망치다 수조에 부딪혀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찔한 순간을 몇 차례 겪고서야 ‘조심’이라는 단어를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 악어의 일종인 카이만의 건강상태를 확인
하고자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

동물병원을 연 것은 1990년.특수동물 전문의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직업이었다.페럿의 항문선 제거 수술을 하다 특유의 지독한 노린내가 병원에 가득 차 며칠간 제대로 진료하지 못한 적도 있고,강한 힘으로 사람을 졸라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하는 아나콘다를 진료하다 손을 물리기도 했다.먹이를 먹지 못하는 악어를 치료하기 위해 꼬리를 잡으려다 갑자기 몸을 틀어 입을 쩍 벌리는 바람에 혼비백산 도망치다 수조에 부딪혀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찔한 순간을 몇 차례 겪고서야 ‘조심’이라는 단어를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3018곳의 동물병원이 있지만 특수동물을 전문으로 돌보는 곳은 61곳에 불과하다.특수동물도 수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진료할 수 있지만,하나하나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진료병원 전국 61곳

▲ 치과 치료에 쓰는 접착제로 달팽이의 부러
진 등껍질을 붙여 놓은 모습.

권 원장은 외래종이 검역을 제대로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에는 “반드시 인가받은 애완동물 가게를 이용하고,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구입해 수입절차를 확인할 수 없는 애완동물은 즉시 동물병원에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특수동물 전문의의 보람’을 묻자 그는 “주인의 손길조차 꺼려하는 ‘성깔 있는 친구들’에게서 하루하루 생명의 신비를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seoul.co.kr